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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저소득 노인 대상 무료 유전자검사 지원


서울시복지재단은 지난 20일 한국유전자정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친자 관계가 아님에도 주민등록 및 호적에 부양의무자가 등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거나 탈락하는 사각지대 노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취약계층 유전자검사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선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구축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 및 재산 일제확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3만3천여 명이 수급자에서 대거 탈락한 바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자에 대한 소득 및 재산의 일제 확인 조사는 복지대상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국민에게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부양 관계에 있지 않음에도 주민등록상이나 호적상의 부양의무자(주로 소식이 끊긴 상태의 남편이나 아내, 자식 등)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탈락한 사람이 상당수에 이르렀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당장 생계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가 힘든 처지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시복지재단이 한국유전자정보센터와 함께 실시하는 ‘취약계층 유전자검사 지원사업’은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선정되지 못한 취약계층 시민 가운데 부양의무자가 친자가 아니어서 실질적인 부양의무를 떠맡기기 어려운 가구를 구제하기 위한 사업이다.

동대문구에 사는 독거노인 정○○ 할머니(78세)는 본인의 호적에 생면부지의 부양 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가 최근 서울시복지재단과 한국유전자정보센터의 도움으로 유전자검사를 받은 후 부양의무자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선정(예정)될 수 있었다(아래는 구체적인 사례).

동대문구 ○○동에 사는 정○○ 할머니는 만78세가 넘은 독거노인이다. 정할머니는 도라지를 다듬어 시장에 내다 파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으나 최근 건강 악화와 무릎 및 허리질환 등으로 거동이 어려워 그나마 하던 일을 못하게 되자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유무, 소득기준 등의 조건이 다 부합되어야 한다. 정할머니의 경우 근로능력, 소득기준은 당연히 선정기준에 적합했고, 부양의무자의 경우에도 자식이 두 명 있으나 둘 다 직장이 없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부양능력이 없다고 판정되었다. 따라서 정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정할머니의 기대는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조회 결과 산산이 깨어졌다. 본인의 호적에 부양능력이 있는 다른 자녀가 올라와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호적을 보니 부양의무자로 올라와 있는 ○○씨는 남편의 두 번째 부인이 낳은 아들로 정할머니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였다.

정할머니는 구청을 통해 알게 된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에 전화해서 사정을 호소했다.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는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녀가 친자가 아닐 경우 수급자 선정이 가능함을 알려주었고, 한국유전자정보센터와 협의하여 정할머니와 정할머니의 호적에 올라와 있는 ○○씨가 무료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유전자조사를 통해 정할머니와 ○○씨는 친자가 아님이 확인되었고, 정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예정)될 수 있었다. ○○씨 또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정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취약계층 유전자검사 지원사업’은 복지사각지대 시민의 어려움을 상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와 현 공공부조의 제도적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한국유전자정보센터가 업무 협력을 통해 함께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이승기 대표이사는 “보건복지부의 부양의무자 일제조사 이후 억울하게 기초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하거나 제외되는 분들이 있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친자식이 없는데도 서류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공공부조를 받지 못하던 사각지대 취약계층 노인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유전자 검사비용이 1회 30만원 수준인데 이를 사회공헌차원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신 한국유전자정보센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는 앞으로도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민간자원의 확대 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계획이다.